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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타로명상_ 혹독한 황제의 삶도 결국엔 인간의 삶이다.

타로명상


 제가 타로를 접하게 된 것은 8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타로마스터를 시작했던 동생에게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아이들 장난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타로가 제 동생의 생활비가 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것이 첫인상이었습니다. 

 큰 의미 없이 주문했던 타로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입니다. 위에 보이는 라이더 웨이트 타로카드를 리뉴얼한 카드로 알고 있습니다. 종종 그림을 보며 명상을 하는 가운데 저 혼자만의 힐링이나 영감을 얻곤 했었습니다. 그러한 것들을 여기에 풀어보고자 합니다.


 방식은 그날그날 카드를 세장을 뽑아 그 카드들의 키워드를 알아보고, 그림과 키워드를 바탕으로 내키는 대로 여러 종류의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오늘이 그 시작입니다.

 전투와 같은 하루를 마감하고 타로카드를 마주하였습니다. 정신없이 떠다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우자 깨끗해진 새벽의 시간에 빠져들 수 있는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잠깐의 명상에 이어 무심하게 타로카드를 세 장 연이어 뽑아 보았습니다.


 차례로 메이저의 황제카드, 마이너의 컵6번 카드, 메이저의 방랑자 카드가 나왔습니다.





[ 카드의 키워드 ]

1. 황제


 지배, 안정, 성취·달성, 남성적, 권위, 행동력, 부, 리더쉽, 금수저, 카리스마, 책임감, 미숙, 횡포, 오만, 불손, 오만, 독단적, 의지박약, 무책임, 불같은 성격 등을 의미한다고 여겨집니다. 즉, 태생적으로 부, 명예, 능력 등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나 불같은 열정으로 무엇이든 이루어내는 상남자 같은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책임감과 진중함을 가진 아버지나 오빠와 같은 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연예 보다는 결혼할 상대로 더 어울리는 황제님이십니다.


2. 컵 6


 미련, 스스로에 대한 연민, 현실을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 과거를 되돌아 봄, 행복, 즐거움 등을 의미한다고 여겨집니다. 이 카드에서 재미있는 것은 오른쪽의 작은 아이는 왼쪽 큰아이의 어린 시절이라고 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잊지 못하는 미련과 연민일수도 있고, 과의 행복의 회상하며 웃을 수도 있는 카드입니다.


3. 방랑자 (바보)


 여행, 자유, 작은 짐, 견고해 보이지 않는 신발, 뒤따르는 개, 형태에 빠지지 않음, 무사기, 순수, 천진난만, 산만함, 가능성, 창의력, 천재, 경솔, 제멋대로 굶, 낙오자, 몽상, 우행, 극단, 열광을 의미한다고 여겨집니다. 즉, 천재적인 예술가나 몽상가로서 현실과의 타협에 관심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현실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지 바보로도 불리어집니다.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카드인 것 같습니다.



[ 타로명상 - 황제의 삶도 결국엔 인간의 삶이다. ]


1. 이루진 만큼 그 대가는 크고, 결실은 확신이다.


 험상궂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표정에는 결의와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이제부터 자신이 가야할 길에 관한 명확한 확신과 결단에 그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모두들 그의 우렁찬 명령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높고 견고한 자리에 앉아있던 그는 드디어 실행을 옮길 때라는 뜻으로 그의 검을 뽑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 만인에게 자신의 명을 보여주었습니다.

 탁상공론만을 업으로 삼았던 많은 귀족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지만, 그것을 감히 드러낼 수 없어서 더욱 열심히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여러 해 동안 그를 모셨지만, 자잘한 실수를 제외하고 그는 언제나 옳은 결정을 하는 주인이었기에 이번에도 그에게 공포와 함께 충성과 믿음 또한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은 그의 고뇌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 결단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또 그 희생이 얼마나 거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번뇌를 말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몇 달이나 고민한 끝에 내린 오늘, 지금의 결론을 만인에게 공표했으니, 이제부터 최소한의 피해와 희생을 위해 또 역시 몇 달을 혹은 몇 년을 고민과 번뇌로 매일 밤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모르도록 언제나 그의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고, 그는 그것을 고민하지 않고 단번에 알아내어 결정의 칼을 뽑아드는 주군임을 보여야합니다.  

 자신이 앉은 이 자리에 주어진 권력과 황금보다 더한 짐을 짊어져한다는 것을 어린 날에 알았더라면 이 자리를 받아들였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그가 그 자리 앉은 그 시간부터 1초도 놓을 수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확신합니다.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이 자리에 자신보다 어울릴만한 이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만큼 이 모든 것을 해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하늘이 주신 황제입니다. 


2. 어린 날의 꽃향기


 그런 그에게도 어린 날엔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실 왕비의 아들이 아니었던 그는, 원래 후궁인 아름답고 마음착한 어머니와 궁궐의 후미진 전각에서 오순도순 꽃과 동물을 가꾸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화려한 전각은 아니었지만, 황제의 애정을 받는 어머니였기에 시녀와 심복들은 언제나 그에게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이 치열한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던 어머니는 스스로 궁의 가장 후미지고 낡은 곳에 자신과 아들의 거처를 마려해 숨어들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무서운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언제나 논외에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을 어머니의 따스한 젖 향기를 맡으며, 온갖 책을 읽고, 믿음직한 충견 포드와 언덕을 뛰어놀고, 날이 좋으면 황제인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은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에게 정치의 소용돌이가 덮쳐 온 것은 그의 나이 17세 때 였습니다. 지병이 있던 정실 왕비의 병세가 악화되자, 두 살 아래의 왕세자는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 병마에 든 것은 황제의 애정이 다른 이에게만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 화살은 후미진 전각의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로 향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과 평화로만 알고 살았던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왕세자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황제가 왕세자에게 자숙할 것을 명했을 때는, 이미 자신의 어질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왕세자는 화는 왕비의 지병을 이어받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황제의 눈밖에 나버리자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왕비의 장례식 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어머니인 왕비를 따라 갔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분노가 겨우 잦아들 때쯤 그는 왕세자로서 만인에게 공표되어야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를 사랑했던 만큼 그에 대한 사랑도 깊었던 황제는 그를 위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없었던 왕세자를 위해 인사 물갈이를 시작으로 잔인한 피의 권력이동이 있었습니다. 
 혹독한 피의 권력이동의 중앙에 있던 그는 그 시절이 가장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배신과 암투와 거짓과 피의 시간의 연속이었던 시절을 죽을힘을 다해 견뎌내었습니다. 이 권련이동이 정리가 되어 갈 때쯤 영원히 굳건한 성이 되어줄 것 같던 아버지의 병세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왕세자로 7년이 되던 해의 여름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걱정스런 얼굴로 눈을 감았습니다. 그 날로부터 그는 그 무섭고 빛나는 황제의 자리에 주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덧 그의 수염에 희끗희끗한 물이 들어가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옛날 후미진 전각에서 어머니에게 드릴 화관을 만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이 바로 어제와 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3. 드디어 떠나는 여정의 쾌락


 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숨을 거두신 그날부터, 아니 자신의 배다른 동생에게 어머니를 잃었던 그 시절부터 그는 하루도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하루도 불안과 고민과 번뇌속의 밤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전투와 정쟁을 진화하고, 민생의 요구가 그에게는 항상 바늘과 같았습니다. 
 평화롭고 배부른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부친의 유언이 그의 일생동안 단 1초도 떠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얗게 변한 수염과 매일 밤 찾아드는 심장의 통증이 떠나야 할 때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제는 제법 장성한 왕세자와 그의 믿음직한 심복들에게 슬슬 하나씩 넘겨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