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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음에 들러붙은 세균을 퇴치하는 법

마음에 들러붙은 세균을 퇴치하는 법


  타고난 성향이 소심하고 예민했던 저는 낯선 누군가와 길게 인사만 나누어도 긴장해서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습니다. 그러니 친구들과도 조금만 트러블이 있어도 먼저 울기에 바쁜 아이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울지 마! 울면 지는 거야!”


  그런 말을 듣고 나면 지는 게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라도 눈물을 말리고, 시큰거리는 코를 한껏 들이켜 올라오는 울음을 눌러 삼켰었습니다. 그렇게 삼켜버리곤 하던 울음도 어언 일이십 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저는 매일 울음을 열심히 삼켜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오랜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이겨내었다는 성취감도, 이제는 만만해졌다는 적응감도 가지질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쓰고 힘든 인생사 살수록 복작복작 꼬여만 가고, 해결되는 것은 없고 그 가운데 자신의 무능함은 만천하에 들어나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만 아메바처럼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상처에도 일단은 괜찮은 척을 하며 살아갑니다.

  괜찮은 척을 하고 있으면, 때로는 정말 괜찮아지는 것도 같고 최소한 항상 나를 비웃는 선배, 후배, 마누라, 남편, 자식들에게 센 척이라도 해야 덜 비참해 지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저는 제 안에 소심하고 예민하고 겁을 잔뜩 먹고 울고 있는 제 자신을 외면한 채로 여러 해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쌓여버렸는지 언젠가부터 남들이 우울증이라고 말하던 증상들이 제게도 들러붙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그것도 한 번 괜찮은 척 참아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가득차면 넘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나 봅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무기력이 저를 덮어 삼켜버렸습니다. 이러다 내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지옥이 될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망설이던 제 자신을 채근하여 상담을 예약했습니다.

  강남의 한 세미나 실에서 저는 알지도 못하는 분 앞에서 펑펑 울고 있었습니다. 그저 마음을 편안이하고 자신이 분노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만 떠올려보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심호흡을 몇 번하고 그저 마음이 가는 데로 따라가자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습니다. 감자마자 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서 한참을 펑펑 울기만 했었습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갑니다.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아프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해결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그것이 상처인지, 아픔인지도 모른 채 덮어둡니다. 심지어 이렇게 작은 일들로 아파하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부끄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눌러 담아 놓은 아픔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에 틈이 날 때마다 자신의 아픔을 들어달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위로받고 싶다고 호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 조금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도 마음이 흔들리고, 아픔을 풀어놓는 동안 눈물도 풀어놓아버리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합니다. 

  우리의 탄생과 같이 태어난 우리의 마음도 거리낌 없이 마음 놓고 울어버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몸에 생긴 병처럼 아프면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고, 힘들면 힘들다고 소리치고 눈물을 흘려 마음에 들러붙은 아픔들을 치료하고 깨끗이 하는 정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오랜 시간 들러붙은 아픔들이 단단한 폭탄을 만들고 결국에는 터져버려 모두를 힘들게 하는 비극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지금까지 꼭꼭 감춰놓은 상처와 아픔을 꺼내어 어루만져 보시길 바랍니다. 그 아픔들을 대면할 시간인 것입니다. 그 동안 자신조차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안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실컷 울고 싶으면 울어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참지 못하고 울어버린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또, 화가 나고 분노가 느껴진다면 그 또한 당연한 겁니다.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감정에는 맞고 틀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냥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화가 나는 것은 화가 나는 것이고, 우울한 것은 우울한 것이고, 안도가 되는 것은 안도가 되는 것이고, 행복한 것은 행복한 것입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 알아주고 느껴주고 흘려보내주면 우리 마음에 들러붙었던 세균과 같은 아픔들도 서서히 떨어져 나가버릴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