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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하루엔 무슨일이 생겼나_3 식탁 위에는 어제 먹던 커피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제 아이의 병원에서 학원으로 가기 전에 아이에게 간단한 요기를 시킬 요량을 패스트푸드에 갔었습니다. 언제였는지 지금의 큰 아이가 어릴 적에는 그런 것들을 먹이는 것이 커다란 죄인 양 손 사레를 치며 극도로 조심했던 기억이 추억처럼 올라왔습니다. 아이들은 감자튀김을 저는 원두커피 ‘대’자 하나를 사와서는 차에 올랐습니다. 살 때는 커다란 컵에 담긴 그 커피를 모두 마셔주겠다는 호기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쯤 마시고 난 후에 쓰려오는 제 위장 때문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그 커피가 차갑게 식은 채로 식탁위에 올려져있었습니다. 지난밤에도 새벽 4시가 다 된 시각에야 잠자리에 누웠던 저 인지라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에도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비틀비틀 .. 더보기
그녀의 하루엔 무슨일이 생겼나_2 커피 뚫어질세라 쳐다보던 노트북을 과감히 덮고, 커피 한잔을 탔습니다. 외국커피라고 들이밀고는 있지만 그래봐야 믹스커피일 뿐입니다. 그래도 막 심하게 달디 단 우리나라 노랑믹스 보다는 훨씬 향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손에 잡히는 아무 컵에 한 봉지 후련히 털어놓고는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후루룩 부었습니다. 거실 가득 퍼지는 커피향이 커피를 맛보기도 전에 만족감을 하나 전해줍니다. 뜨거운 물을 한 컵 가득 부어넣고는 휘저을 스푼을 찾는 것도 귀찮아 그냥 미스봉지로 휘휘저어 뜨거운 커피 향을 한 번 더 내어줍니다. 이제부터 시작될 폭풍 같은 오후를 이렇게 맞이합니다. 빼 곡이도 마구 어질러진 식탁을 마주하고, 나름의 한가함을 찾아보겠다고 커피 잔을 올려놓아 봅니다. 하지만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넘기기도 전.. 더보기
그녀의 하루엔 무슨일이 생겼나_1 혼미 육아 나는 세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중년입니다. 나날이 커가는 각기 다른 세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언제나 정신이 혼미한 ‘혼미육아’중이랍니다. 내가 잘 해내고 있는 것인지,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따위는 이제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옳다 그르다는 기준도 나날이 달라지고, 사람마다 달라지니 말입니다. 내 자신이 납득하고 깨달은 기준이 없는 경우 여기저기 그저 휘둘리다 이도저도 아닌 죄책감만 남으니까 그렇습니다. 그 많은 기준과 방법들에 휘둘리다 보면 끝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스스로를 채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이 기준은 이 기준대로 저 기준은 저 기준대로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만이 남았던 것이 이제까지의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방치 수준을 드러내는 맘 편한 배짱은.. 더보기